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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88l 4


02

그 고양이를 따라 좁다란 골목을 지나 빵집이나 북카페들이 즐비한 골목으로 나왔다. 데이트 하는 연인들 사이를 잘도 빠져나가는 그걸 다리까지 풀려가며 헥헥대면서 좇았다.

그 고양이가 순간 날 뒤돌아봤다. 고양이의 노란 눈 속에는 나를 비웃는 듯한 우월감이 서려있었다. 악에 받힌 나는 그 고양이를 따라 미친 듯이 뛰었다. 고양이가 갑자기 한 카페

앞에 멈추어 섰다. 살짝 열린 카페 문틈 사이로 들어간 고양이를 지켜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trick or treat

02
마법사와


w.dinnerB



 

카페는 살짝 어쿠스틱 풍의 안정감을 갖게하는 디자인이였다. 갈색 벽에는 색감이 예쁜 원색의 액자나 누군가 직접 그린거 같은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커피를 만드는 곳인 주방에

는 허브 나무 한그루와 색색깔의 불빛을 띄는 백열 전구들이 놓여있어 살짝 다운 될수도 있는 분위기를 환히 밝혔다.

 

리고 몇개 안되는 테이블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 고양이, 아니 그 남자는 여유롭게 자신이 장식해놓은 액자들을 감상하며 한손에는 내게서 뺏어왔던 커터칼을 만지작 거리고 있

었다. 벽에 시선을 두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낯선 자가 자신의 공간에 침입한것을 눈치챘는지 눈꼬리가 날카롭게 변질 되었다.

 

그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나는 세상에 대한 알수없는 기시감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맹랑한 꼬맹이. 기어코 기어들어왔구만."

 

그의 표정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무척 즐기고 있는 듯한 표정이였다. 정작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나였다. 책에서만 보던 일을 실제로 본다는것은 신기

하고 재밌는 감정보다는 알수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컷다. 나 자신이 대체 왜 두려움에 떨고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그가 갑자기 손을 허공에 살짝 휘젓기 시작했다. 살짝살짝 힘줄이 튀어나온 남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손이였지만 하얗고 길어서 굉장히 예쁜 손이였다. 그가 얇고 긴 검지 손가락

과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며 까딱거리자 갑자기 벽에서 액자가 딸려오듯 움직였다.

 

나는 그 액자에 와이어가 달렸나 의심했지만 액자에는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다. 그러나 액자는 누가 끌고 가듯이 허공을 혼자 맴돌다 반대편 벽에 스스로 붙었다. 아니 정확히 말

하면 스스로가 아니라 그에 의해 붙여졌다. 그의 손짓에 허브나무에는 못보던 꽃이 한송이 있는것을 나는 눈치챘다.

 

그가 갑자기 긴 다리를 옮겨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치던 나는 여차하면 이 문을 열고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다. 그가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자 목덜이 뒤 여린 살에서 살짝살짝 소름이 돋는것이 느껴졌다.

 

"꼬맹아, 나는 인간 아니야."

입술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더운 숨이 내 귓가를 자꾸만 건드렸다. 다리에서 힘이 자꾸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 마법사야 마법사. 그 책에 나오는 상상 말고 진짜 마법사."

 

난 왜 현실속이 아니라 현실과 그만의 세계가 섞여진 독창적인 공간안에서 부유하고 있는것일까. 자신이 마법사라고 말하는 그를 나는 지금 믿고있을지 아니면 믿지않을지 아니

면 믿고싶은건지 나는 알수가 없었다.

 

전혀 새로운 공간을 직면했을때 사람들은 흔히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도망치는 사람과 아예 뛰어드는 사람. 전자는 안전하고 아늑하고 결코 위험하지 않으며 평소의 나라면 아

마 주저없이 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다.

 

나는 이제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닌 나라면 하루쯤은 다른사람이 되어볼 가치가 있다.





"여기 있게 해주세요."

 

"미쳤냐? 꼬맹이가 무슨 집에서 잠이나 잘것이지 왜 여기에 있어?"

"살려줘요."

 

전혀 예상치 못한 나의 말에 나도 놀라고 그도 놀랐다. 그러나 내 마음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난 지금 살고싶었다. 아주 간절하게. 지금까지 죽고 싶단 마음이 간절했던

적은 셀수 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살고싶은 적은 처음이였다.

 

"갈 곳이 없어요. 아저씨가 내 칼도 뺏었잖아요 나 죽지 말라고. 근데 나 이대로 가면 그냥 자살해버릴 것 같아요."

협박아닌 협박에 그가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띄웠다. 그러나 의외로 그의 표정은 잠시 고민하는듯 했다. 이제 판단은 그의 몫이다.

 

"좋아, 꼬맹이. 대신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니 책임이야. 나한테 과실 치사하지 말라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본 쾌감중에 가장 큰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그러나 그 쾌감에는 약간의 걱정도 섞여있었다.

"아."

"내 이름은 우지호야. 아저씨라 부르던지 지호씨라 부르던지 니 맘대로 해."



우지호. 참 그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였다.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힘있는 이름. 그의 이름이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그가 갑자기 나의 손목을 비틀어 잡았다.

"따라와. 잘 데는 알려줘야 될거 아니야."




위층에는 따로 공간이 있었다.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그 공간에는 그의 침실과 작업실 그리고 그의 성격과 다르게 핑크색 일색인 손님방 하나가 보였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

이 없는지 난 그 손님방에 억지로 우겨넣어졌다.

 

"일단 빨리 자. 어린애는 이제 잘시간이야. 나머지는 내일 이야기하자."

그가 짧은 대답을 남겨놓고 방문을 닫았다. 그의 발자국에 물음표가 하나씩 따라붙었다.

 

핑크색 침대와 핑크색 이불이 눈에 상당히 띄었다. 헬로 키티를 매우 좋아하는지 스탠드와 침구가 모두 헬로키티로 깔맞춤아닌 깔맡춤이 되어있었다. 무채색 일색이던 내 방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겉옷을 벗고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방 천장에는 누군가 그린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 편하게 자는것이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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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흐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빨리 다음을 ㅠㅠ
11년 전
독자2
헐 진짜 재밌어요ㅜㅜㅜㅠㅜㅠ 마법사라니ㅜㅜㅜㅠㅠ
11년 전
독자3
오 마법사라니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3
아 재밌당..ㅠㅠㅠ 그와중에 헬로키티..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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