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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아 전체글ll조회 601l 5

 

 

 

 

 

 


 

 

영재가 쓰러졌다.
3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그렇게 찾아다닌다고 끼니도 제때 해결 못 하고 알지도 못하는 길을 몇 번이고 헤맸으니, 몸은 지치고 정신은 몽롱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 와중에도 그를 돌아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영재는 몸을 일으키기조차도 힘들어 겨우 고개를 들어 주위를 곁눈으로 둘러보았다. 눈이 응달에 쌓여 있었다. 얇은 겉옷 덕분에 추위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걷다가 쓰러진 것이라 그런지 다리도 삔 것 같아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저기요."

 

 

수많은 행인들 사이에서도 인정이 있는 이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게 아주 어리거나 또는 매우 늙은 이들이다. 영재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영재의 눈은 보지 않고 영재의 몸만 살펴보았다. 영재는 그 새에 그를 훑어보았다. 한 눈에 봐도 앳된 소년이었다. 딱 보아도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 깨우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 후에는 어찌할 도리를 몰라 깨어나지 않은 척 한 자신을 두고 멀리 도망갈지도 모르지. 그의 인상을 보면 완벽하게 확정짓기는 어려웠으나, 영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열여섯 소년이 생각하기에도 제 생각은 참 못됐다. 힘찬은 이런 영재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말했듯이 한없이 아이같거나 한없이 냉정하니까. 영재가 그에게서 눈을 돌렸다. 갈 것이면 얼른 가라는 뜻일 테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소년은 영재의 이마를 짚더니 다시 영재를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세요."

 

 

영재가 살짝 지친 듯 짜증스러운 표정을 비추고는 눈을 떴다. 소년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방을 뒤졌다. 영재는 그 와중에도 추워 죽겠다고 생각했다.

 

 

"……아, 찾았다."
"……?"
"이거 드세요."

 

 

소년이 해맑게 웃으면서 건내 준 것은 자신이 끔찍하게 싫어하던 약초였다. 힘찬이 키 크려면 먹어야 한다고, 또는 건강하려면, 또는 감기 나으려면…… 아무튼 다방면으로 몸에 치료되거나 도움이 되는 풀이니 만병통치초라고 칭해야겠다. 힘찬은 불사초라고 하는데 너무 촌스러운 이름인 것 같았다. 이 풀 먹는다고 안 죽는건 아니잖는가.

 

 

"……싫어요……."

 

 

영재가 물도 못 먹어 마른 목 새로 갈라진 소리를 내며 말했다. 소년은 당황하더니 몸이 많이 안 좋으시니 먹어야 해요, 하고 말했다. 영재는 미간을 찡그렸다. 절대적으로 싫다는 뜻이다. 소년은 그런 영재를 보고 유심히 생각하더니 다시 해맑게 웃고는 가방에서 그 약초를 빻은 듯한 가루를 꺼내 영재의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영재는 눈을 크게 뜨고는 열심히 퉤퉤 뱉었다. 그 쓴 맛은 여전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 짜증나고 쓰고 화나는 순간은 처음일거다. 아저씨는 떼 쓰면 안 먹였는데, 얜 뭐야. 영재는 울상을 지었다.

 

 

"어……, 뱉으시면 안 되는데."
"씁, ……아! 진짜! 뭐예요!"
"그래도 일단 몸에 들어가긴 했으니 다리는 괜찮아지실 거예요. 몸의 피로도 다 녹을거구요."

 

 

영재가 겨우 말한 것은 안중에도 없는지 소년이 기분좋게 웃으며 말했다. 영재는 그런 소년에게 짜증이 났지만 이내 점점 기운이 생기는 몸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몇 분 후에는 자신 혼자서도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였다. 소년은 성공적이라며 또 웃었다. 영재는 그런 소년에게 웃음이 너무 헤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기요."
"네?"
"몇살이예요?"

 

 

3일동안 앳된 소년을 보면 항상 물었던 질문이다. 이젠 입에 붙어서 무슨 뜻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소년은 벗은 가방을 다시 메고는 열다섯이요, 하고 말했다. 영재는 그 답은 많이 들었는지 2차 질문에 들어갔다.

 

 

"치유사예요?"
"네."

 

 

영재는 관심이 없던 듯 대충 몸을 털다가 소년을 돌아봤다. 그리곤 다시 질문했다. 언제부터요? 소년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열살때부터요. 라고 답했다. 영재는 그제서야 소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우와! 찾았다!"
"네?"
"혹시 이름이 뭐야? 아, 난 유영재고! 아무튼! 혹시 일 있어? 없으면 나랑 갈 데 있는데 갈래?"

 

 

소년은 순식간에 쏟아지는 질문에 약간 멈칫하더니 역시나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문종업이요, 일은 없어요."

 

 

영재는 그런 종업의 손을 이끌고 길을 다시 헤멨다.

 

 


 

 


"그 새끼 누구야."

 

 

험악한 표정이다. 인간에게선 절대로 볼 수 없는 살기 어린 눈빛이 자신이 바란 그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면 바로 죽일 태세였다.

 

 

"……평범한 소년이야."

 

 

그에 대답하는, 용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기를 내뿜는 그와는 달리 용의 모습을 하고도 온화함을 더 많이 내보였다. 그는 용의 대답에 눈가를 찌푸리며 되물었다.

 

 

"……인간이야?"

 

 

용의 몸에서, 흐릿하게 인간의 향이 난다. 그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는 물었다. 인간이냐고. 용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가 어이가 없는 듯 허, 하고 헛웃음을 보였다. 그리고는 용에게 말했다. 어디야.

 

 

"……어?"
"그 인간 어딨냐고."
"……."
"그곳으로 가, 당장."

 

 

용은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였다. 거구의 몸을 거느리는 것도 힘든데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용은 그 자리에 도착했고, 그는 용의 옆을 지나 용이 말한 인간을 살펴보았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아저씨!! 여기 더 많아요!"
"어, 그러다 다쳐!"
"아저씨도 같이 주워요!"

 

 

용은 그들을 살펴보는 그에게서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살기와 증오를 느꼈다. 그는 그들을 몇 분 동안이나 쳐다보았고, (사실상 노려보았다는것이 더욱 정확했다) 그의 살기를 느낀 것인지 아저씨라 불리던 남자와 같이 있던 어린 소년은 불안함을 보이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용은 그 아이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저 아이가 나를 구해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할 따름이었다. 그 와중에 그들을 지켜보던 그는 몸을 홱 돌리더니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용은 그런 그를 의문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신이야."
"……?"
"저 새파란 새끼는 인간이지만, 저 남자는 신이라고."

 

 

용은 왜 그가 저 둘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지 그 때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용도 그를 뒤따라갔다. 용은 그런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지금도 그런 그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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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 뭘까요ㅠㅠ너무너무 궁금하네요.. 그나자나 역시 치유사는 종업이 였군요!
11년 전
재아
궁금하시죠! 그렇죠! ㅎㅎ 치유사는 역시 종업이였습니다! 맞추셨네요 ㅎㅎ
11년 전
독자2
으아아아아 재밌어요ㅠㅠ
11년 전
재아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펜잘큐에요 작가님!!!! 오늘도 알림 보자마자 달려왔습니다ㅠㅠㅠㅠㅠ 영재 쓰러졌다는 첫 부분 보고 제가 철렁.... 아이고 영재야 하면서 철렁.... 그런데 그 와중에 종업이랑 영재랑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어요ㅠㅠㅠㅠ 약 먹기 싫다는 영재가 진짜 딱 너무 어린애스러워서 귀엽고.... 아... 그 와중에 종업이가 더 어른스러워섴ㅋㅋㅋㅋ 그것도 귀엽고요ㅠㅠㅠㅠ 혹시 영재가 구해 준 그 용은 준홍인가요?! 막 이러면서...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브금이랑 글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브금 멜로디가 딱 평화롭고 브금이랑 같이 들으니까 숲 속 생각도 나고.. 아 튼 항상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작가님 제 사랑 드세요ㅠㅠ
11년 전
재아
우와 아프지 말고 참지도 말고! 펜잘큐님ㅠㅠㅠ 사실 저도 이노센트 쓰면서 귀여워 죽는다는게 함정ㅠㅠㅠㅠ 그 용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아마 밝혀지기 전에 아실거예요..흐흫.... 펜잘큐님도 제 사랑 마구드세요!!ㅠㅠㅠ 그리고 브금 고를때 꽤 고민했는데 어울린다니 다행이네요ㅠㅠㅠ
11년 전
독자4
헐 ㅠㅠㅠㅠㅠㅠㅠ지금봣어요..작가님짜유ㅠㅠㅠ
11년 전
재아
독자님도 짱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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