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친이 있다. 지나가던 길바닥의 돌멩이보다는 조금 나으려나 싶을 정도로 생긴 나에게 감히 남친이 있다. 그것도 무려 겁나 잘생기고 키 크고 공부까지 잘 하는 1살 연하의 남친이 있다. 내가 이 얼굴을 감히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들의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생각해주길 바라본다. 일단 내 남친은 각 이목구비가 본인 잘생겼다고 자기주장이 쩐다. 그러면서도 유려하고 단아한 아이만의 선이 있어서 보고 있으면 심장 폭행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로운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키도 크다. 팔, 다리가 길쭉하니 뼈 라인조차도 예뻐서 시장에서 파는 2천 원짜리 티셔츠 한 장도 얘가 입으면 패션모델이다. 그래서 나는 얘가 예쁜 꼬까옷 입고 나 만나러 나올 때는 진짜 대포 카메라 들고 가서 3천 장쯤은 사진을 갈기고 싶다. 또, 그렇게 완벽하게 생긴 주제에 인성도.. 나 참, 적다 보니 어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그냥 내 새끼는 완벽하다고 보면 된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핸드폰 화면에 가득 남친이 찍어놓은 셀카들을 채우고 마치 침이라도 흘릴 듯이 한참을 앓고 있다 보면 내 스스로조차도 "아, 지금 나 엄청 못생겼겠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구나 다 내 새끼 사진 앞에 띄어놓으면 이렇게 되는 게 맞잖아요?
'카톡!'
[♡우리원우♡]
누나 뭐해?
나
누나 만나러 가도 돼요?
오, 갓. 우리 아이가 날 보러 온다니. 그보다 너희들 봐봐. 우리 원우 말투 진짜 장난 아니지? 사랑스러운 것 좀 봐줄래? 연하의 정석, 반존대까지 갖추셨다. 와... 말도 안 된다. 전원우. 날 가져...!
[나]
응, 원우 생각 하고 있었지!
누나 지금 못생겼는데 ㅠ_ㅠ
내 말투 토나와도 참길 바란다. 우리 원우가 귀여운 걸 좋아한다고 어디서 주워 들었기 때문에 나는 '(비록 못생겼지만) 귀염 터지는' 여자친구가 되어야 한다. 원래 이런 거잖아요.. 내 새끼 앞에서 내 자아, 내 성격, 내 기준 다 필요 없잖아요...? 아직까지 원우에게 내 본 성격이 이렇게 무뚝뚝하고, 냉정한 편인 걸 들키지는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나는 원우의 귀염둥이야.. 후하 후하... 진정하자... ^^
일단 원우가 저렇게 카톡이 온 이상 이렇게 태초의 못생김으로 누워있을 일이 아니다. 아까까지는 침대랑 한 몸인가 싶을 정도로 무겁던 엉덩이가 원우 생각하니까 벌떡 일어나진다. 생얼 느낌 낭낭하게 비비도 얇게 펴 바르고, 뷰러로 속눈썹도 두어 번 집어준다. 입술에는 원우가 좋아했던 복숭앗빛 틴트를 살짝만 톡톡 발라주고, 질끈 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서 자연스럽게 빗어준다. 옷도 쥐시장에서 구매한 수면잠옷 세트를 벗어던지고, 난 늘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걸 ^^ 의 느낌으로 박시한 후드티에 검정 면 반바지를 입어준다. 하, 원우야. 누나가 진짜 이런 사람이 아니거든?
[♡우리원우♡]
누나~
나 집앞이야
잠시만 나와요
[나]
누나 진짜 거짓말 아니고
넘 못생겨서 못 나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원우♡]
또 그런다~
예쁘다고 했지?
얼른 나와요!
하, 예쁘다는 말 듣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다. 나 진짜 그러려고 그런 거 아니야.. 진짜야.. 거짓말 아니래도... ^^ 솔직히 나 같으면 맨날 찡찡거리면서 귀찮게 굴면 여자고 뭐고 욕 한 바가지 쏟아부었을 텐데 우리 원우는 애가 워낙에 착해서 예쁘다고 달래준다. 사스가 전원우.. 다들 원우 하세요... 원우 안 하고 뭐 해요...?
원우 기다릴까 봐 후다닥 나서다가 현관문 앞 거울에서 마지막 점검해주고, 심호흡도 한다. 매번 봐도 늘 잘생겨서 심장이 아프기 때문에 준비운동해줘야 함 ㅇㅇ.
"원우야~ 누나 왔어!"
"누나! 보고 싶었어요!"
내가 생각해도 토 나오는 목소리로 원우를 부르면 원우는 무표정한 얼굴이 사르르 녹을 듯이 예쁘게 웃어주며 날 안아준다. 사실 원우는 무표정하게 있을 때엔 냉미남미가 덜덜해서 원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섣불리 말을 먼저 붙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원우랑 얘기를 안 해본 사람은 몰라도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 본 사람은 안다, 애가 얼마나 따뜻하고 착한 지를! 가끔 조금 재미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러울 수가! 진짜 내 새끼라서 자랑하는 거 아니고; 진짜임;
"근데 누나 지금 입고 온 게 반바지 맞죠? 내가 늘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잖아요. "
"네가 나 기다리는데 반바지가 문제겠어? 어차피 원우가 안아주는데, 뭐~"
한 살 동생이면서 맨날 오빠 빙의해서 한마디씩 툭툭 걱정하는 게 너무 좋아서 맨날 반바지 입고 나오는 걸 네가 알긴 할까? 뭐, 몰라도 된다. 맨날 이렇게 안기게. 원우는 품도 참 넓어서 다소.. 덩치가 큰.. ^^ 나도 이렇게 한품에 포옥 안아준다. 힘주어 나를 안는 원우의 팔에 못 이긴 척 안겨들어가면서 올라가는 광대를 내리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너 지금 웃으면 못생긴 변태 되는 거 한순간이야. 참아...!
"누나. 우리 내일 데이트할까요?"
"완전 콜!!!.. 이지... 응, 그럼~ 원우랑 데이트 간다니까 내가 넘나 신이 나네. "
순간 이성 잃고 감히 아기 앞에서 소리 지른 나 자신 지금 마음속에서 머리 박고 반성하세요. 간신히 되찾은 이성으로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예쁜 척 웃고 있으니 원우가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오빠미 낭낭하시네요... 그렇지만 방금 그 기억은 잊어주셔야겠어요...
"그럼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연락해요. 누나 늦잠 잘 거 잖아. "
"아니거든! 누나 완전 새나라의 어.. 어른이거든...!"
원우덕후 |
안녕하세여. 원우덕후입니다. 반가워여... 덕질 n년차 이제는 왠지 연애를 하면 이렇게 덕내나는 연애를 하게 될 거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 써보았읍니다.. ^ ^.... 원우야... 누나가 많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