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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곰돌이 전체글ll조회 918l 1

靑月

1











날이 맑았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아무 표정 없는 고요한 표정으로 제 침대에서 일어난 동우의 모습 또한 고요하기만 했다. 정적이 흐르는 방 안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작게 메아리쳤다. 창 밖을 바라보는 동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동우는 아무 말 없이 옷을 갈아입고 헝크러진 머리칼을 빗어내렸다. 어느새 길어져 목을 덮는 검은 머리칼이 창문 틈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에 약하게 흔들렸다. 다갈색 눈동자가 거울 속 제 자신의 모습을 훑었다. 그러다 어느 한 곳에서 멈춘 시선을 따라 동우는 거울 한 모퉁이를 손으로 살짝 짚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흠집에 불과했던 것이 어느덧 꽤 큰 금으로 변해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어느날 갑자기 거울이 깨져버릴 터이다. 동우는 그리 생각했다.


평범한 백성의 옷차림을 한 채로, 동우는 밖으로 향했다. 아무런 불안감 없이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을 동우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연민, 혹은 슬픔이 담긴 눈빛. 앞으로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또다른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안다 해도, 우왕좌왕하여 불안에 떨다 적군의 칼에 스러질 목숨들이다. 그토록 하찮은 목숨들. 그만큼 안타까운 목숨들.


"저기 봐! 손이 엄청 곱다!"


"진짜, 진짜다. 여기선 처음 보는 사람인데."


"아냐. 어제도, 또 그 전날도 왔었어. 내가 봤어."


어디선가 들리는 소근거리는 목소리들에 동우가 고개를 돌려 흘긋 쳐다본 곳엔 꼬마 아이 세 명이 모여 동우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왔을 거라는둥, 귀족일 것이라는 둥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었으나 동우는 아무 말 없이 그 아이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본래 왕족을 손가락질하거나 똑바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큰 죄였으나, 자신은 부러 허름한 복장으로 나왔기에 그들에겐 아무런 죄가 없었다. 또한 어린 아이들이었다. 채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죽임당할 아이들.


"형! 진짜라니까? 새로 이사 온 걸까."


"이사?"


또다른 낯선 목소리에 동우가 놀라 황급히 아이의 옆을 쳐다보자 그곳엔 자신의 나이 또래의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동우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평범한, 어쩌면 천한 출신일지도 모르는 한낱 백성일 뿐이었다. 며칠 뒤면 모두 죽어버릴 자들. '그들을 불쌍히 여기되 동정하지 말고 마음을 주지 말아라.' 라는 황제의 명이 동우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럼에도 어째서 그 남자에게서 쉽게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지 모를 일이었다. 며칠 후면 죽을 자다. 며칠 후면, 보지 못할 자다. 그럼에도 동우는 이미 그에게 조금씩 걸어가고 있었다. 흰 피부와 붉은 머리칼.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답다.


"옆 나라에서 오셨나요? 이곳에서 못보던 얼굴인데..."


말을 건네며 미소짓는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자신의 눈동자와 시선을 맞춘다. 어느새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인 동우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그의 집까지 들어서고 있었다.












동우는 집 내부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곰팡이 핀 벽과 허름한 가구들. 오래된듯한 낡은 접시에 진영이 스프를 담아 내왔다. 말이 스프지 실제로는 멀건 죽에 가깝다. 아무 건더기도 없는, 물을 많이 섞은듯한 진초록빛 죽. 이번 해에 흉년이 심해 백성들이 풀을 뜯어먹는다는 말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음을 동우는 절절하게 실감했다. 귀족들이 허구한 날 권력 다툼을 하며 영악한 시선이 오가는 파티를 벌이는 동안, 백성들은 이토록 비참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황제의 나라, 제 아버지의 나라에 사는 백성들이다. 이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영원히 자신의 백성들은 되지 못할 터이지만.
 

"초라하긴 하지만 먹을만 할거에요."
 

미안함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을 하곤 접시를 제 앞에 놓은 진영을 동우는 잠시동안 바라보았다. 황제의 백성, 그렇기에 귀족들과는 평생을 살아도 마주치지 못했을 자다. 분명 자신이 황태자라는 사실은 모르리라.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글자조차 모르는 백성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고 동우는 제 스승에게 들었다. 나라가 돌아가는 사정이나 자신들을 다스리는 황제의 이름은 커녕,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기조차 벅찬 사람들. 그제야 동우의 눈에 진영의 손이 들어왔다. 언젠가 고왔을 손은 거칠어져 손톱 끝이 갈라지고 피부는 거칠어져 있었다. 따스한 검은 눈동자에서 언뜻 가난으로 인한 슬픔이 비춰지는 듯 했다. 그것은 진영뿐만이 아니라, 옆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진영의 눈동자가 더 깊었다.
 

"저...먹기 힘드시면 억지로 먹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동우는 음식보단 풀을 끓인 물에 가까운 액체를 숟가락으로 떴다. 초록빛 물과 함께 풀뿌리가 딸려 올려왔다. 그 식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것을 끓일때의 진영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동우는 알 수 없었다. 제대로 씻어내지 않았는지 숟가락을 몇 번 휘젓자 진갈색 흙이 잠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동우는 한 숟갈을 삼켰다.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입 안에 특유의 풀 냄새가 느껴졌다. 까슬한 흙 알갱이가 혀 위에서 맴돌았다. 이것을 먹고 하루하루를 연명해왔을 진영이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백성들이, 안타까워 서러웠다. 제 눈앞에 스러져가는 진영과 아이들이 보이는 듯 했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곤 재가 되어 무너지는 건물과 저들을 삼킬듯 너울거리는 화염 속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결국엔 불꽃에 압도당해 버릴 모습이. 빤히 보이는 미래를 바꾸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스러웠으나, 그저 연민에 찬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동우를 괴롭혔다. 과연 이럼에도 진정으로 저가 그들을 품었어야 할 '황제'가 될 수 있었을까. 전쟁이 없었다면 분명 자신은 황제가 되었었으리라. 평생 진짜 '백성'을 알지 못한 채, 황궁 안에서 귀족들의 뜻에 휘둘렸으리라. 황제라는 이름의 허수아비가 되어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그리 어리석게 살아갔으리라.


가난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것과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이들에겐 조금이라도 나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젖어있다 동우는 그 둘 중 어떠한 것도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모든 고통을 잠재우는 죽음도, 아득한 죽음을 피해 선택하는 삶도 그의 백성들에겐 '불행'이었다. 평생을 먹을 것이 없어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떠돌아다니는 자들. 이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했을 나라의 모습이었을까. 이 무거운 책임을 자신에게 지워준 것은 누구였던가. 애초에 자신이 태어난 것이, 운명이 자신과 백성들의 처지를 갈라 놓은 것일까. 자신은 황제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가난도, 배고픔도 모른채 살아갔으며, 이들은 가난한 백성의 자식으로 태어났기에 배를 채우기 위해 제 손이 다 망가질만큼 나무 껍질을 벗겨내고, 얼마나 가야 할지도 모를 아득한 길을 걸었던가.


초록빛의 묽은 죽을 동우는 한 숟갈 더 떠먹었다. 평생 입에 대 본적이 없던 것이었던 터라 입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이 음식이라 부를 수도 없는 것에 길들여지는것이 옳지 못함인가, 혹은 그들의 가난에 익숙해지지 못한 자신이 잘못됨인가. 이유모를 씁쓸함이 입 안을 가득 맴돌았다.





















사실 구독료 고르면서도 고민하고 내용 정하면서도 고민하고 커플링 정하면서도 고민했습니다ㅜㅜ
워낙 글잡에 B1A4글이 없던 터라 지금까지 단편 몇개밖에 안냈던 제가 갑자기 연재를 해도 될련지 싶기도 하고
여튼 용기내서 한 번 연재 시작해 볼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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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신영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여ㅠㅠㅠ
10년 전
솜사탕곰돌이
신알신이라니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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