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th.
평범한 말 한 마디가 가혹하다. 너무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던지라, 너무도 꿈같던 시절이었던지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말은 잔혹하다.
진영은 동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섭도록 오래 지속되는 침묵 속, 같은 곳에 다른 사람이 자리했다. 더이상 따스하지 못한 신동우라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껏 알고있던,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그 사람이 맞는걸까.
너무도 섣불렀던 안도감은 실망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끝까지 그는 제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어리석게도. 허나 그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신이 희망을 걸고 있던 것은 현실 속의 신동우였을까, 혹은 가상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그의 이미지였을까.
진실이 드러난 순간, 한때 사랑을 간직하던 사람은 쉬이 뒤돌아선다. 비밀을 잃은, 진실된 바보는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가쁜 숨을 내쉰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지 못한 채. 떠나가버린 사랑이 애타 질식 직전으로 치닫는 상황 속, 시야는 흐려진다.
"...동우야...난..."
"네 말...듣고 싶지 않아."
진실은 냉혹하다. 사랑은 가볍고, 무거운 '책임'에 진영은 짓눌린다. 더이상의, 그 어떠한 변명도 거부한 한때의 애인에게 진영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한없이 미안하다.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이 죄를 모두 씻을 수 있을까. 흐느끼는 진영을 동우는 감정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동정심조차 허락되지 않는 진실의 가혹함은, 결국 가장 기본적인 '감정'마저 빼앗아 달아난다.
진영은 동우의 옛 애인을 죽였다. 귀염성이 있던 순진한 여자였다. 사인은 바닷가에서 너무 멀리까지 나간 탓에 익사. 구급대원들은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서해안은 어느 순간 물이 깊어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도 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것인지 반쯤 넋이 나간 채 울부짖는 동우를 진영은 쳐다보지 못했다.
「여기 깊은 것 같은데.」
「괜찮아. 빠지면 내가 구해주면 되지.」
지켜지지 못한 약속과 고의성이 다분했던 대화 속에서 진영은 웃었었다. 물에 빠져 제 이름을 부르짖는 그녀를 못 본 체한 채로, 유유히 동우에게 돌아가 거짓된 표정으로 그녀가 사라졌다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진실이 드러난 곳에서, 동우도, 진영도 제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각자 엇갈린 이유로,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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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만 쓰다가 진지한 단편 던져놔서 당황하셨죠?
저도 이 글 쓰면서 많이 당황했습니다....ㄸㄹ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