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신영] 2:30 AM
w. 솜사탕곰돌이
라디오를 늦게서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2시 30분. 분명 모두 자고 있을거란 예상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불 꺼진 어두컴컴한 길가에 조용한 분위기가 합쳐진데다 고장난건지 깜빡이는 가로등만이 길을 밝혀 길가는 꽤나 을씨년스럽다. 여름인데도 새벽 특유의 싸늘함이 훅 끼쳐온다. 지쳐 자꾸만 축축 처지는 몸을 겨우 이끌고 숙소로 향하는 중 뒤로 차가 한 대 달려와 흠칫 놀라며 옆으로 피했다. 대체 어떤 차길래 앞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늦은 시간에 그렇게 속도를 내는지 어이가 없어 바로 앞에 멈춰선 차를 빤히 쳐다보았다. 곧 열린 차 안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 나온다. 똑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주황빛 뒤통수가 너무도 낯이 익어 한 마디 말도 없이 뒤에서 와락 껴안자 그대로 굳어버리는 정진영이다. 이럴 때 보면 귀엽기 짝이없다.
"영화 촬영 늦게 끝났어-?"
"그...그대로 움직이지마."
"어?"
맞지 않게 다정한 말투로 말끝까지 늘여서 물었더니 돌아오는 말이 움직이지 말란다.
처음엔 안겨있는게 좋아서 그런가 했는데 몇분이 지나도 이제 움직여도 되냐는 물음에 묵묵부답이다.
"무슨 일 있어? 왜 움직이지 말라는 거야."
"차...창피하단말야."
겨우 말 한마디를 내뱉곤 고개를 푹 숙인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가 싶어 손을 떼고 앞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홱 고개를 돌리더니 길 저 너머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정말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 달리니 흘긋 뒤를 보곤 또 도망간다. 정말 달밤에 운동 한 번 제대로 한다.
"오...오지마...!"
내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구는 정진영에 괜한 오기만 생겨 지친건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정진영을 앞에서 확 끌어안아 버렸다.
정진영이 작게 한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일인데 그렇게 달ㄹ..."
꽉 안았던 팔을 풀고 진영이의 얼굴을 보는순간 난 말을 멈췄고, 놀란 내 얼굴이 무서운건지 진영이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아줄때마다 손에 하얗고 까만 화장품이 묻어나왔다. 오늘 영화촬영이 밴드 장면이란건 알았지만 분장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진영이도 이정도일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낮에 정환이한테 사진 보내줬더니...피카츄같다고 했단 말야아..흐어어어엉..."
아무래도 낮에 정환이가 제 핸드폰을 보고 웃더니 그것 때문이었던 듯 했다. 진영이는 이젠 아예 소리 내서 엉엉 운다. 옷이 푹 젖어들어가 겨우겨우 달래 떼어놓았더니 얼굴이 눈물과 분장으로 범벅이 되서 꼭 얼룩이같다. 얼룩말같다고 하면 또 울까봐 겨우 말을 삼켰다.
"내 얼굴...많이 이상해?"
"아...아냐! 이상하긴."
"오늘 온 팬들이 내 얼굴보고 웃었단 말야."
나 같아도 웃었을 것 같긴 하다. 분명 멋있는 진영 오빠를 상상하고 몰려 왔을 수십명의 팬들이 새햐안 얼굴에 번개까지 그려놓은 진영을 보고 무슨 반응을 보였을진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사실 네 얼굴이 조금 우습긴 하다' 라고 말하긴 또 뭐하다. 그래서 결국,
"네 얼굴이 생각보다 너무 멋있어서 웃었나보지."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뻔한 거짓말에 속을 정도로 진영이가 어린 아이는 아니었기에 정진영은 잠시 날 째려보다 벌떡 일어나서 먼저 뚜벅뚜벅 걸어가버렸고, 난 멍하니 그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순식간에 토라져버린다. 달래는 것에 통 소질이 없는 내 자신을 자책하듯 애꿎은 머리칼만 헝크려뜨리다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달려가 진영의 옆에 슬그머니 다가갔다. 빤히 내 모습이 보일 텐데도 부러 날 없는 사람 취급하려는 모습은 안쓰럽다 못해 귀엽기까지 하다.
"귀엽긴."
"뭐...뭐가!"
열심히 물티슈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 진영이를 보며 피식 웃어보이니 곧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다. 잘은 모르겠지만 하얀 분 뒤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을것이 분명하다.
"물티슈로 문지르지 말고 숙소가서 지워. 피부 상해."
"수...숙소에 애들 있잖아!"
"지금 새벽이야. 애들 다 자."
내 말을 듣고서야 물티슈로 얼굴 닦기를 그만둔다. 진영은 제 얼굴을 보지 못하니 알지 못할 테지만 얼굴은 물티슈로 인해 분장이 있는대로 번져 난리법석이다.
"숙소 들어가자."
"응."
겨우 달래는데 성공해 손을 붙잡고 숙소 문을 조심스레 연다. 제발 애들이 얌전히 자고 있길 바라는 바다.
"진영이형! 피카츄 왔다! 피카츄!"
항상 생각하지만 우리 숙소엔 얄밉상인 놈이 있는게 확실하다. 그것도 오리주둥이를 가진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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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분장보고 생각나서 휘리릭 써버린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