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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와의 거리, 내겐 아직 너무 멀다.

 

이제서야 2교시째 수업을 듣고 있건만 몸이 아직 방학때의 습관을 기억하는건지 잠자려고 난리다. 깜빡.깜빡. 눈꺼풀만 깜빡이고 있으니까 옆에있던 차선우가 옆구리를 쿡 찌르더니 입모양으로 공부해!란다. 모범생을 친구로 두는 것도 조금은 피곤한 일이란걸 이런 때 느낀다. 고개를 끄덕여주고 무슨 과목인가 보려하니 국어. 어휴 안그래도 졸린데 잠 솔솔오는 국어라니. 국어가 아마 정진영담당 과목이였던것 같은데. 눈치껏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하려 펜을 들었지만 내가 꽤 오랜시간 존건지 곧 종이 쳤고 수업을 끝마치는 정진영의 목소리만 들렸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들 졸린데 수업듣느라 수고했다. 그리고 정환이는 선생님 좀 따라오자"

 

이씽. 그거 좀 졸았다고 부르냐. 잔소리 좀 하겠지 싶어서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별안간 갑자기 멈춰서서는 뒤돌아서버린 정진영탓에 나도 따라서 멈춰설수 밖에 없었다.

 

"형이 너 왜 부른건지 알지?"

"졸아서요"

"나 졸았다고 따로 불러내는 쪼잔한 선생아닌거 알잖아. 몰라?"

"제가 어떻게 알아요. 선생님이 불러서 따라 나온건데"

"애들없어 그냥 평소처럼 불러도 되"

"어디서 뭔놈이 튀어나올줄 알고 그래요. 그나저나 중요한거 아니면 점심시간에 다시 올꼐요. 차선우랑 매점가기로 해서"

"선우 말고는 친구없어?"

"있는데 제일 친해요. 저 갈께요. 이따 봬요 쌤"

 

뭐야 뚱딴지 같이. 평소엔 말을 잘 거는 스타일도 아니면서 가끔씩 알 수 없는말이나 툭툭 내뱉는게 신경이 안쓰일 수가 없다. 그래도 요즘은 그다지 심각히 생각하지 않는다. 워낙 전부터 그래왔고 그냥 별뜻없이 하는말 같았으니까. 그냥 반에서 흔히 들려오는 가십거리 정도로 들려왔다. 교실에 가니까 교실 앞문에서 차선우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날 열심히 째리고있었다. 쉬는시간이 2분 밖에 남지않아서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야 한다는게 그 이유겠지?

.

"진영쌤이 또 뭐래? 그 쌤 은근히 너만 갈구더라"

"별거 있겠냐. 그냥 졸지말라고 하던데"

"그래 너 진짜 자지마 이젠 중요한 시기야. 너도 나도."

"알지. 근데 공부하기 싫어"

"내가 도와줄까? 오늘부터 나랑 같이 공부할래?"

"내가 니 공부 방해하는거 아니야? 너만 괜찮으면 나는 고맙지"

"그래 내가 도와줄께! 이따 저녁밥 같이 먹고 공부하자. 우리집 갈래 오랜만에?"

 

 

안그래도 혼자서는 못할 공부였는데 선뜻 도와준다고 나서니 나로써는 매.우.환.영. 솔직히 고등학교 교사를 형으로 두고서 한집에 살면서 공부하기 어렵다는건 말이 참 안되 보일지 몰라도, 부모자식 간에 사제지간이 될 수 없듯이. 형제 간에도 절대 사제 지간은 될 수 없다는걸 몸소 느낀다. 형은 그저 형일 뿐인거다. 더구나 정진영과는 정말 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텔레비전에 보여지는것처럼 우애가 넘치게 사이가 좋은게 아니니 친구같은 형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른척하고 살아가는것도 아니니까. 선우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막대사탕 하나를 내미니까 고맙다고 받아들어서는 또 곧장 입에 문다. 수업시간이라고 안경을 쓰고 있는데 보통 놈들 같으면 바가지 머리에 뿔테안경 콤보면 열에 아홉은 공부만 하는 범생이 포스를 풍겨내서 조금 과장해서 찌질해보이기 마련이건만 선우는 조금 예외인가보다. 눈동자가 커서 그런지 귀여운 느낌이 조금 강하다. 그런데 사탕까지 물고 있으니 순간 꼬맹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내 착각인걸까?

 

 

-

 

 

학교가 끝나고 정진영에게는 오늘 하루 선우네서 자고 갈테니 밥챙겨먹으라는 짤막한 문자하나를 남기고서는 긴시간동안 공부하느라 에너지소비를 한걸 보충하기 위해서 차선우랑 분식집에 왔다. 학교있을 땐 지루하고, 집에가면 왠지모르게 불편하고, 이렇게 차선우랑 단 둘이 있을 때가 그나마 나다운 내모습을 하고서 맘편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 나도 모르게 베실베실 거리고 있었나보다. 학교만 나오면 모범생 코스프레 해제되는 차선우녀석이 디스를 시작했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어대냐 병신아"

"시비 털지마 바보야"

"어쩔"

"안물"

"너 웃는거 별로야 웃지마"

"응 너도"

 

이러다가 또 말없이 떡볶이를 먹어치우고는 자기도 웃긴지 풉.하고 시작된 웃음이 아주 박장대소를 한다. 요즘들어 얘가 웃음이 조금 싸졌다. 전엔 좀 과묵하고 소심했는데.그렇게 둘이서 차선우네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정진영? 오늘 왜이래 이상하게.

 

"여보세요"

[정환이너 선우네서 공부하고와?]

"응"

[너 혼자해도 되잖아]

"차선우가 공부잘해서 도와달라고 했어. 어차피 내일 주말이니까 상관없잖아"

[..알았다. 놀지 말고 공부하고 내일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엉. 형아나 밥잘챙겨먹고 있어"

 

오늘따라 괜히 히스테리만 잔뜩부린다. 것도 차선우를 대상으로. 조금 이상해서 차선우한테 정진영한테서 트집잡힐 행동을 했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또 아니라한다. 하기는 학교에서는 그 누가봐도 완벽한 모범생에 우등생인데 그럴리가 없다. 딴 놈들처럼 술담배를 하는것도 아니고 나처럼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고 그런 차선우를 왠만한 일에서 유순하고 마냥 자상하기만한 정진영이 차선우한테 두번이나 이러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야. 지방에서 올라온 탓에 자취를 하는 차선우네 집은 대한민국 남고생이 혼자사는 집 답지 않게 생각보다 깔끔했다. 지난번에 놀러왔다가 잔뜩 어지르고 갔다고 된통 욕먹었다.

 

"들어와. 안그래도 친척형이 가끔와서 자고가서 아예 2층 침대로 바꿨으니까"

"쌩큐"

"아 근데 진영이형은 전화 왜한거야?'

"오늘 너랑 같이 있나 싶었나봐. 쪽지로 써놓고 나왔는데 확인 하려고 전화했나봐"

"있지..요즘 진영이형이 나 좀 불편해하는것 같아."

"어..?정진영이?'

"그냥 학교에서도 그렇고. 너네 집가서도 만나면 조금 달라, 전이랑"

 

..뭐야 난 오늘 느꼈는데 조금 전부터 그랬던건가? 그렇다면 왜? 그럴 이유가 없는 거 잖아. 어차피 둘이 선생님과 학생, 친구의 형과 동생의 친구라는 관게 외에는 마주칠 이유도 없었을 건데. 선생님으로써는 공부도 열심히하고 행실도 바르고 살갑기까지한 차선우를 예뻐하면 예뻐해야지 불편해한다는건 말이안된다. 그 선생님이 정진영일 경우엔 더더욱. 그리고 친구의 형과 동생의 친구. 서로에대해 자세히 모르는데 불편하고 말고 할께 뭐가있냔 말이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불편해졌다는 얘기로 들었는데 차선우 표정이며 말하는게 내 생각보단 조금 심각한 수준인것같다. 꽤 오랫동안 혼자 묵혀둔 고민인듯 말을 조심스레 꺼내길래 공부는 잠시 미뤼두기로했다.

 

 

 

-

 

 

 

시험이 일주일앞으로 다가오는바람에 정신이 없었네요..그래도시간내서 연재하고가요!

너무 짧은것 같지만시험끝나는 대로 분량 쭉~쭉~ 늘릴꺼예요!

비루한 글솜씨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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