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도 일기를 씁니다
(1) 라면_끓이랬더니_태풍을_몰고_옴.txt (by. 신동우)
평소대로라면 밥이 아니라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해도 진영이가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곡 마무리 작업으로 인해 숙소엔 나를 포함한 네 명 뿐이었다.
분명 넷 다 배가 고플 것이었음에도 이 망할 동생들은 나와 Eye☆Contact이라도 할 생각인건지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시쟐...☆★
내가 비록 진영이(23세, 숙소 공식 가정부)와 같은 맏형이긴 하지만 난 불쌍한 세마리의 어린양을 먹여살릴만한 요리 실력이라곤 없었다. 이 망할 것들은 여전히 아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써글. 여기가 숙소인지 콘서트장 한복판인지 구분이 안간다. 연예인이 연예인을 그렇게 쳐다보지마 병신들아...ㄸㄹㄹ
"찬식아 오늘은 네가 한 번 끓여봐. 막내가 괜히 막내냐."
"저 요리 못해요."
세상에 라면이 요리라니...! 물 붓고 스프 뿌리고 면 부숴넣으면 상큼하게 끝-☆을 외칠 수 있는 저 5분짜리 인스턴트식품을 요리라 칭하는 넌 정말 대단한 놈이다, 라고 말해주려다가 참았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게 일을 떠넘기려는 음모가 분명했다. 이 세상에 설거지 못하는 놈은 있어도 라면 못 끓이는 놈은 없다던 정진영(23세, 숙소 공식 주방장)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공찬식 저 놈도 중고등학생 시절 집에서 혼자 라면 한 개쯤은 끓여 먹어 봤겠지. 너의 그런 얕은 속임수따위 내겐 통하지 않는다구! 데헷-☆ 그러니 빨리 라면 물이나 끓이길 바랍니다 공찬식개샊님.
근데 저 놈 물 받는 것부터가 불안불안하기 짝이 없다. 왜 라면 네 개를 끓이는데 물이 저렇게 많은 거지. 뭔가 대홍수를 일으킬 삘이다, 저건. 라면을 끓이랬더니 기어이 라면으로 곰국을 끓이는구나 이런 장금이같은 놈이. 쓸데없이 라면에 실험정신이라도 발휘한건지 아니면 뭔가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고싶었던 건지 거의 냄비가 넘칠 정도로 물을 받아 온다. 그래 네가 바로 진정한 신화창조야(눈물) 이라도 해줘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관뒀다. 혜성처럼 전진해라 뎽댱...
"찬아 근데 물이 좀 많은 거 아냐?"
보다 못한 정환이가 자상한 정환센빠이st로 빙의해 한 마디 하는 순간, 공찬식놈은 '아...알겠어요 정환 센빠이-! 어...얼른 물 줄일게요...따...딱히 고맙다는건 아니에요(츤츤)' 은 못할망정,
"이정도면 적당한 것 같은데?"
라는 말도 안되는 말만 내뱉는다. 이런 시쟐...눈을 어떻게 뜨고 봐야 저게 적당하게 보이는 거니 대체. 라식 수술은 폼으로 받은건지 어찌된게 시력이 고등학생 이정환보다도 안 좋은 모양이다. 넌 정말 엄청난 놈이야...물론 다른 의미로. 여전히 근자감 넘치는 공찬식(21세, 곧 평화롭던 라면나라에 대홍수를 일으킬 예정)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끓지도 않은 물에 라면을 집어넣기 시작한다.
"찬식아 라면은 물이 끓은 뒤에 넣어야 되는거 아냐?"
"몰라요. 끓으면 다 똑같겠죠 뭐."
저 놈에게 몸소 팅팅 불어 직선이 된 면발을 입에 억지로 구겨넣어줘야 정신을 차리려나. 왜인지 우동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5분 후 '안녕? 난 현실이야.' 라며 내게 안부라도 물을 것만 같아 괜히 머리칼만 만지작만지작. 내 머리카락이 더 곱슬거릴지 공찬식이 끓인 라면 면발이 더 곱슬거릴지를 잠시 생각했다. 정답은 아무래도 후자보단 전자겠지. 이런.
"저기 찬식아, 물 넘치는데..."
어느새 끓어 넘치고 있는 물은 이미 숙소 바닥에 대규모 워터파크 건설 중. 아무래도 곰돌이 탈을 쓴 가족들이 단체로 '꺄앙~'을 외치며 슬라이딩이라도 해야 할 분위기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돌아온 진영이가 가장 먼저 보게 될 광경은 아무래도 물바다가 되있는 바닥이겠군. 오자마자 마른 걸레로 바닥을 닦을 정진영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좀 찔리긴 했지만 일단 두고보기로 한다. 잘되면 잘난 형들 덕, 안되면 막내놈 탓이다.
이제 저 근자감 넘치는 공찬식(21세, 라면 살인 사건 가해자)은 냄비에 스프를 넣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반은 골인, 나머지 반은 냄비 밖 물바다가 된 바닥으로 사요나라...☆★ 그동안 스프 봉지 안에서 즐거웠어 스프들아...☆ 잘가...(아련) 왜인지 스프는 반만 넣은 데다 면은 우동 수준, 물은 대홍수를 일으키고 있는 저 정체 모를 Welcome to the Hell 라면 주제에 냄새는 더럽게 좋다. 분명 맛이 없을것이 분명한데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은 화학조미료가 빚어낸 기막힌 냄새 때문일거다. 신이 공찬식을 만들 땐 빛나는 비주얼과 키를 준 다음 요리실력을 주는 것을 까먹은 게 분명하다. 힘내라 요리 바버야.
"끝났어요!"
요리가 끝남과 동시에 우리의 라면도 숨을 거뒀다. 안타깝지만...라면님이 운명하셨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노력했지만...☆★ 다함께 공찬식의 손에 희생된 라면을 기리며 묵념.
"찬아."
"네?"
"저거 버려. 싹 다."
"네."
결국 그 날 우린 라면 국물 한 방울조차 먹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
다음 날 진영이는 극심한 손목 통증으로 곡 작업을 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걸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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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리얼로 돌아온 붉은여우입니다!
계속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