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오늘은 유독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다.
얼마 전에 쳤던 6월 모의고사의 성적표가 나온 게 화근이었다.
고3이라는 부담스러운 위치에서 성적표란 얼마나 중요한가. 거기다 수능 성적과 비슷하다는 6월 모의고사인데.
몇몇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또 몇몇 아이들은 성적이 잘 나왔는지 껴안고 기뻐하기도 하며 제각각 성적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다양했다.
나는 어땠었나.
생각보다 침착했다. 성적이 떨어진 과목도 있었고 오른 과목도 있었다. 그대로인 과목도 있었고 몇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진 과목도 존재했다.
가채점을 했던 그 날과 똑같은 숫자들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랬다.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뫄뫄야, 담임이 너 상담하자는데?”
한 친구의 말에 덤덤하게 일어나 교무실로 향했다. 내 저번 모의고사 등급이 어땠더라, 와 같은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을 때에는 담임 선생님의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걱정어린 말들을 들을 때였다.
“요즘 공부하는게 어렵니?”
“..아니요, 괜찮아요.”
“뫄뫄가 성적이 갑자기 떨어졌길래, 선생님이 걱정이 되서..”
내가 갑자기 떨어진 과목이 있었나.
“선생님은 우리 뫄뫄가 좋은 대학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네.”
“…혹시, 요즘 지훈이랑 만나는 것 때문이니?”
“그게 무슨,”
“지훈이가 아무래도 노는 걸 좋아하고, 또..”
“저 남은 문제 풀러 가야해서요, 먼저 가볼게요. 죄송합니다.”
“저기, 뫄뫄야.”
“그리고,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만큼 지훈이 나쁜 애 아니에요.”
충동적으로 선생님의 말을 끊고 교무실을 나서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결국 이거때문에 부른거면서.
애초에 날 신경쓰지 않던 담임이 날 부른다는것부터 이상했다. ‘지훈이가 아무래도 노는 걸 좋아하고, 또..’ 담임의 말이 귀에 맴돌고, 생각할수록 화가났다. 혼자 화를 가라앉히다 들어간 교실에는 문제 푸는 소리와 책 넘기는 소리로 가득했고, 걱정스레 쳐다보는 유정이의 시선에 괜찮다는 듯 웃어주자 안심한 듯 고개를 돌린다. 그런 유정이를 쳐다보다가 폰을 꺼내어 첫 번째에 위치한 톡방에 들어가 메세지를 보냈다.
[ 지훈아 지금 나올 수 있어? ]
[ 나랑 맛있는거 먹으러 가 주라 오후 8:45 ]
그러곤 망설임 없이 짐을 챙겨 답답한 교실을 빠져나왔다.
-
“뫄뫄누나.”
어, 왔어? 뛰어왔는지 땀이 살짝 맺혀있는 이마를 손으로 닦아주자 지훈이가 당황한 듯 시선을 피한다.
아무렇지 않게 지훈이의 손을 잡으며 걸어가니 놀란 듯 날 쳐다보는 눈이 뭔가 평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이렇게 훅훅 다가오는 내가 적응이 안 되는 듯 닿기만 하면 빨개지는 그 얼굴에 자꾸만 웃음이 났다.
“아 누나 진짜 오늘 왜 그래요..”
“내가 뭘.”
“….아, 지금 또 그러잖아요…”
아, 진짜 귀엽다. 이런 맛에 그동안 날 놀렸던건가.
오늘 왜 그러냐는 지훈이의 말에 뻔뻔하게 대답하며 지훈이의 앞머리를 정리해주자 고개를 푹 숙인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동글동글한 머리가 귀여워보여 한 손으로는 턱을 괸 채로 남은 한 손으로는 지훈이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자 아예 카페 테이블에 엎드려버린다.
“얼굴 좀 보여줘 지훈아. 나 너 얼굴보려고 부른건데.”
“….누나 제발…..”
“응? 나 오늘 기분 안 좋았단 말야.”
“왜요?”
깜짝이야. 기분이 안 좋았다는 내 말에 바로 고개를 든 지훈이가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가 실수했네. 심각한 얼굴을 보니 아까 담임과의 일이 떠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별 일은 아니고, 그냥. 대강 얼버무렸다.
“….아 알겠어, 말 해줄 테니까 그만 쳐다봐.”
“..무슨 일인데요.”
“그냥, 오늘 성적표 나왔잖아.”
“아,”
“그거 때문에. 성적이 좀 떨어져서…그래서 그래. 별 일 아니야. 괜찮아.”
“진짜 그거 때문인거 맞죠?”
응. 지훈이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길 바라며 고개를 끄덕이자 짐짓 단호한 얼굴로 내게 말해온다.
“누나 거짓말하는거 다 티나는데, 말 하기 싫은 것 같으니까 그냥 안 물어볼래요.”
“…..”
“말 하고 싶어지면, 그 때는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주기.”
약속. 하고는 내 손을 가져가 자기 손에 도장을 꾹 찍고 야무지게 복사까지 한 지훈이가 만족한다는 듯이 웃는다.
“나 오늘 담임한테 칭찬 받았어요.”
“진짜?”
“네. 요즘 학교도 잘 나오고 성적도 올랐다고. 저 잘했죠?”
“우리 지훈이 다 컸네.”
“아, 애취급 하지마요-. 누나 덕분이긴 하지만.”
“고맙다. 지훈이가 이렇게 말해주니까.”
“저 누나한테 고백할때 한 약속, 이제 진짜 지킬거에요.”
“….”
“….나 때문에 안 좋은 소리 안 듣게 할게요.”
“…응.”
유난히 기분이 좋아진 오늘 저녁이었다.
-
으아아아아아아가ㅣ머ㅣㅓ리ㅏ늬ㅏ겆디ㅏ겆디ㅏ르
죄송해요 역대급 망글 이게 뭡니까 세상에......
사실 원래 제가 이거 3편이 마지막이라고 했쟈나여...근데 쓰다보니까 이게 아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쓸때까지 계속 지울까말까 고민했는데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 글이 뭐라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그래서 포인트 없는 날이라기에 얼른 가져왔어요...우리 독자님들 포인트 아까워요.....ㅠㅅㅠ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혹시 보고싶으신 장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래 더보기란에 암호닉 분들 확인하시구 가주세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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