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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홍빈] 킬미힐미 01 | 인스티즈




01



'날이 길어질 것만 같아'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래, 오늘따라 해가 길어질 것만 같았다.



괜히 드는 이질감에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폐가 얼어붙는 기분에 원치 않던 기침이 가쁘게도 튀어나왔다.

발갛게 달아오른 코끝을 문지르다 문득 기분이 나빠져서 나는 눈을 꾹 감았다.



오늘은 정말 별로 달갑지 않은 하루였다.



숨쉬기 불편할 정도로 막혀버린 코도

난로처럼 달아올라 어지러운 머리도

병원 안에서 풍겨오는 이 이름 모를 희한한 약품의 냄새도

백색의 타일과 진료차트, 잘 다려진 간호사복과 의사 가운, 그리고 환자복까지 다.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싫었다.



이 공간은 항상 나에게 눈 속의 이물질 같은 뻑뻑함을 선사하였고,

나는 매번 이런 잔병 치래를 할 때마다 환자 기록부에 나의 정보가

추가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일말의 친밀감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그랬다.

익숙해지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거창하게 말을 하자면 이곳은 삶과 죽음 사이 아주 미묘한 틈이었고

나는 매번 그 틈 속에서 꽉- 눌린 채로 서 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였다.



이 순백의 공간은...

나에겐 그런 곳이었다.



그래, 단지 지독한 겨울 감기였음에도 불구하고.



*



"이은우 씨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달콤하게도 나를 부르는 그 형식적인 목소리에 나는 모았던 발끝을 풀고는 고개를 들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올려 묶은 간호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기증에 어지러워서 빨리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그녀는 인내심 있게도 기다려주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마치 지구를 맴도는 달처럼.



이 병원을 찾은 게 이번 달만 해도 벌써 네 번째였다.

개근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나가 물러갔다 싶으면 어느샌가 또 몰려오는 겨울의 지독한 질병은

마치 내가 부질없이 부서지는 면역 체계를 타고났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쉴 새 없이 나를 찾아와 물고 뜯어대기를 반복했다.

기껏 목구멍을 삼킨 알약들이 채 승리의 찬가를 부르기도 전에

패전병들을 넘어 달려온 바이러스들은 다시 한 번 총구를 겨누기 마련이었다.



끊임없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속고 속이고 또 속고 속이는.



그래도 이렇게 겨우내 병원을 찾은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자잘하게 몰려오는 이 감기가 너무 성가셔서 나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시월부터 나를 맡았던 담당 의사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셨는데,

양의학 의사이시면서 내가 몸이 허약해서 계속 아픈 거라며 한약이라도 한 첩 지어먹으라는 둥의 농담을 해댔기에

나는 그런 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느껴져 꽤나 마음을 터놓고 있었다.



"환자들이 많은 게 좋지만은 않아요" 하고 하루는 그가 내게 말했다.



"아픈 사람이 많다는 소리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는 껄껄 웃었다.



나는 나름 그가 좋았다.



*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던 잔잔한 피아노의 선율이 그래서 더 신경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검은 머리카락. 그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



단정하게 내려앉은 그의 머리카락이 나는 아주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새카매서 결국에는 푸르게만 보이는 그 머리카락이

그의 그 비현실적인 미소만큼이나 아주 이질적이라고.

아니.... 잠깐의 정적과 같은 그의 표정 그리고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파도 같은 그의 표정 변화가

나는 아주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과 당황스러움이 내 안에서 교차했다.

그런 나를 에둘러 훑어보다 이내 빙긋- 웃는 그의 얼굴이

순간 꽤나 보편적으로 매력적이라 느꼈지만 그건 아주 찰나에 불과했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봤다.

시력이 별로 좋지 않아 그의 흰 가운에 달린 명찰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슬쩍 미간을 찌푸리고는 애써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세 글자.



이.홍.빈.



그 이름.



"앉으세요"



음악의 소리를 줄이며 그가 말했다.

사그라드는 피아노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올라가는 입꼬리.

매력적인 보조개.

그의 그 미소.



"아, 네"



나는 그 한 마디를 하고는 이내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낮아진 시야에 괜히 머리가 핑- 핑- 도는 것만 같았다.

코가 꽉- 막혀 있었기에 분명 맹맹 거리는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갔을 거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그가 물었다.



내가 그의 명찰을 읽고 있는 동안 그의 시선이 느껴졌던 것 같았으나

이내 고개를 들고 대답을 하려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눈은 어느새 컴퓨터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입을 열 뿐이었다.



"감기요, 코가 막히고 열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비염이 있기도 한데 이상하게 좀 어지럽네요"



대답 없이 딸깍- 거리는 마우스 소리와 이제는 잘 들리지도 않는 클래식 음악만이 진료실 안을 채웠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눈알을 굴렸다.

무던한 성격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낯을 가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왜 나의 정든 주치의가 아닌 생판 모르는 젊은 의사가 내 앞에 앉아있는지도 나는 의문이었다.



"많이도 아팠네 겨울 내내"



그렇게 말하며 그가 피식- 웃었다. 

나는 그가 내게 말하는가 싶어 그를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도 모니터를 응시할 뿐이었다.

혼잣말이었나 하는 생각으로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마주 봤다.



"김 선생님 담당이셨네요" 그가 말했다.



"네"



"오늘부턴 내가 담당할 것 같고" 그가 빙긋- 웃었다.

양 볼에 보기 좋게 보조개가 자리 잡았다.



"네에-" 나는 고개를 끄덕- 하며 그리 대답했다.



"흠-"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김 선생님 어디 가셨나 안 궁금해요?" 그가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의 의도를 잠시 생각하다 이내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그저 솔직히 대답했다.



"궁금해요"



그러자 그가 씩- 웃었다.



"시골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셨어요" 그가 말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어르신들 돌보며 살고 싶으시다나 뭐라나"



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으면 안 그럴 텐데" 문득 그가 이야기했다. "지루하잖아 그런 거"



그 말에 조금 불쾌해져 코끝을 찡그렸다.

그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슬쩍- 웃은 것 같았으나

이래저래 나는 그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므로 아무 대꾸 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진료 기록 보니까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오셨네요"



그제야 진찰을 할 마음이 생겼는지 그가 그리 말했다.

눈은 다시 모니터로 향한 뒤였다.



"네" 내가 조금 퉁명스레 대답했다.



"감기, 감기, 감기"

그가 천천히 눈을 굴리며 읊조렸다.

"감기란 감기는 다 걸려봤네-"



그러더니 이내 펜을 꺼내 들고는 나를 마주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코가 막힌다고 그랬나요?"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워요" 내가 아까 한 말을 다시 한 번 읊었다.



"열을 재 봐야겠네요 그러면" 그가 씩- 웃었다.



가지런한 치열이 눈에 띄었다.

나는 눈을 끔뻑이며 그를 바라봤다.

그가 체온계를 들고는 나에게 손을 뻗었기에 나는 그 차가운 기계가 내 귓가에 머무르는 것을 가만 참다가

이내 간지러워 한 쪽 눈을 감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삑-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자 체온계를 빼내고는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짧은 감탄사를 뱉어내더니 나를 바라봤다.



드르륵- 끌리는 의자 바퀴 소리를 내며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목에 걸린 청진기를 제 귀에 꽂고는 나를 바라봤다.



"외투는 벗어야지" 그가 말했다.



내가 멀뚱히 있다 외투를 벗어놓자 그는 이내 청진기를 내 가슴팍에 대고는 나에게 말했다.



"깊게 들이쉬세요"



그의 말에 따라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내쉬고"



이번에는 내 등에 청진기를 대고는 형식적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번에도 들이쉬고 내쉬고"



그것 이외에도 몇 차례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검사를 해 대고 

코부터 목구멍까지 낱낱이 훑어본 그는 이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서

종이에 영어인지 한글인지도 모를 희한한 꼬부랑글자들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 이내 저 종이를 읽어야 하는 사람에게 문득 경외감과 동정심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는 그 글자들을 몰래 훔쳐보던 내가

문득 그의 펜이 멈춘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그의 눈이 마주치자 그는 피하기는커녕 그 동그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재밌다는 듯 웃었다.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등을 의자에 딱 붙이고는 애써 눈길을 돌렸다.



이상하게 찜찜한 기분이 들어 가슴이 답답했다.

아까 찬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을 때 보다 더 찝찝한 기분이었다.



아마 저 남자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예민하게 구는 걸 수도 있고.



하지만 자꾸 마주하는 그의 그 미소에는 무언가 읽을 수 없는 것이 담겨있는 듯했다.

그러니까... 너무 이상해서 차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것이.

친절한 가면 뒤에 숨겨진 조그마한 틈처럼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주 차가운 바람이.



"이번에도 단순 감기인 것 같네요" 그가 말했다.

"약 처방해 드릴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료 끝났습니다. 처방전은 밖에서 받으세요" 다시 한 번 그 보조개를 뽐내기라도 하는 듯 그가 웃었다.



사람 여럿 죽일 미소라고 나는 생각했다.

마음만 먹으면 여러 명 홀렸겠다 싶어 눈을 깜빡이며 그걸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외투를 들고 문득 일어나려는데 갑작스러운 현기증이 밀려왔기에

나도 모르게 넘어질 듯 휘청이다 이내 의자를 부여잡았다.

아까부터 밀려오던 어지럼증이 다시 한 번 파도처럼 나를 밀어붙인 모양이었다.



"풋-"



문득 들려오는 그 소리에 놀라 내가 뒤를 돌아봤다.

그는 슬쩍 제 입을 가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미안" 그가 말했다.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니, 눈도 그랬다.

눈도 웃고 있었다.



나는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아 후다닥 진료실을 나섰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그의 웃음소리인지 아니면 피아노 소리인지 모를 것이 들려왔다.



도대체 뭐 하는 남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의사라고?



당신이?



*



계산을 하고 처방전을 들고 나올 때까지도 

나는 저 무례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머무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 미소라던가 낮은 목소리가 자꾸만 신경에 거슬렸으므로 

어지러운 머리에 속까지 메스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인가에 불편하게도 끌어당겨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면 내가 조금 이상한 것일까?


그러니까, 아주 이상하고 아주 미묘한 감각들 같은 것이었다.

목에 둘러맨 목도리가 문득 갑갑하다고 느껴질 만큼 미묘한 감각.



여우 같은 남자?



그래, 여우.



토끼의 탈을 쓴 여우.



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외관은 꽤나 매력적이었으므로

그러면서도 그 말투라던가 행동 하나하나는 또 미스터리 하기 짝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 의사를 그저 토끼 가면을 들고 속으로 웃음을 삼키는 여우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아, 사실 이런 생각들도 다 무의미했다.

다 쓸데없는 잡생각이 흘러들어온 것이겠거니 하며

어지러움을 애써 삼키며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근히 신경을 긁는 병원 특유의 긴장감과

은근히 신경에 해를 입히는 담당의의 행동들.

그 무엇 하나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지러운 머리와 입으로 들이마쉬는 차가운 공기가 여전히 나를 괴롭혔기에,

나는 애써 기도를 올리듯 간절한 바람을 속으로 피워냈다.

머리가 화끈거렸다. 



이번 감기가 마지막일 것이다.

마지막 감기여야 했다.

나는 겨우내 충분히 앓았다.



*



약국에서 애써 처방받은 약을 들고 나올 때까지도 계속되는 현기증에

나는 문득 속에 있는 것들을 게워내고 싶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물론 이렇게 사람 많은 길가에서 그럴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정도 분간할 정신은 아직 남아 있었다.

당장이라도 해열제를 집어삼키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빈속에 그럴 자신이 없었기에

그저 길가 가로수 옆에 어깨를 기대고 있다가 목도리를 코밑까지 끌어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숨이 턱- 턱- 막히는 이유가 이 목도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전조현상이었을까.



나는 솔직히 아직도 그것이 의아했다.



정말 그 숨 막힘이 전조현상이었더라면

나는 그날 도망쳤어야만 했다.



멀리, 그것도 아주 멀리 

나는 당신으로부터 도망쳤어야만 했다.



물론 그 바람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버스를 탈까 아니면 택시를 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그 정도 생각도 집어 들지 못하는 과부하 된 머릿속에 답답해져서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자꾸 밀려오는 현기증에 차마 고개를 내젓지도 못 했다.

용암처럼 뜨거운 것들이 자꾸만 속에서 끓어넘치려 안달하고 있었다.

결국 쓰라린 속이고 뭐고 다음에 생각하고 우선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내 가방에 손을 뻗어 뒤적거렸다.



그때였다.



내가 그리도 갑갑함에 몸부림치고 있던 그때.

그때 들려온 그 차가운 도로 위에 멈춰 선 바퀴 소리를 내가 피할 수만 있었다면,

어쩌면 나는 좀 더 자유로웠을지도 몰랐다.



사고 같지 않은 사고였다.

우연 같지 않은 우연이었다.



나는 우연이라던 당신의 말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나는 당신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됐다.



"이은우 씨"



문득 들려오는 그 낯선 목소리에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갓길에 멈춰 선 그 검은 승용차의 주인이 누구인가는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나는 그도 가로수 아래 쭈그려앉아 볼품없이 가방을 뒤적거리는 여자를 별로 개의치 않아 하리라 믿었다.



그게 착각이라는 것을 나는 닫히는 문소리에 알 수 있었다.



아니 그 당시에는 몰랐다.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다...



착각...?



"이은우 환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낯설고 그리고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목소리.

나는 그게 귀신의 꾀임이라 생각했다.

유령의 장난 같은 목소리라고.



"이럴 줄 알았어"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뭐 하세요"



아주 아이러니한 질문이었다.



기다란 겨울의 그림자가 내 위에 드리우고 나서야 나는 그 남자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늦은 오후라 칭하기에는 이상하리만큼 밝은 하늘에

그림자는 겨울만큼 차가웠으므로 나는 미간을 찡그리고는 그를 바라봤다.



"..."



아까 병원에서 그 흰 가운을 입고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듣던 그의 모습과,

지금 그 커다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이 남자의 접점을 찾으려 나는 애를 썼다.

턱 끝까지 올라오는 그 두터운 회색 니트는 꽤나 단단하게 짜여있었고,

그 위에 걸친 코드가 유난히도 단정해 보여 나는 생각보다 빨리 그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이홍빈.



의사 이홍빈.



"괜찮아요?" 그가 나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그러다 문득 저도 쭈그려 앉으며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 행동에 한창 바쁘게 놀리던 손을 멈추고는 그를 바라봤다.



그가 다시 한 번 웃었다.



"응급상황인가?" 

키득거리는 그 소리가 마냥 즐겁게만 들렸다.

"말해봐" 그가 말했다. "뭐가 문제야"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를 그 말투에 나는 조금 헷갈렸다.

그러다 내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저 얼굴에 이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뜨거운 숨이 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현기증이 나서 약 찾고 있었어요, 해열제"



그 말에 그가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많이 어지러운가 봐요?" 그가 물었다.



"...조금요"



"그럼 집에 혼자 못 가겠네?" 재밌다는 듯 그가 얘기했다.



"네?" 내가 되물었다.



"이은우씨" 비밀 얘기라도 하는 듯 그가 이야기했다.



소곤거리는 그 낮은 목소리가 나는 신경 쓰였다.



"이러고 있지 말고 가죠, 데려다줄 테니까" 그가 일어나며 말했다.



입을 열 때마다 하아얀 김이 불그스름한 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나는 여전히 앉아서는 그를 올려다보며 멀뚱거릴 뿐이었다.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아니면 우스웠는지 연신 빙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제 손을 뻗어 내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한 번 말했다.



"데려다줄게요"



"...아, 괜찮아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내가 말했다.



"혼자 못 갈 텐데" 당연하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갈 수 있어요"



"못 간다니까" 그가 쿡- 쿡-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의아해서 이내 주머니에 손을 넣는 그를 바라보다 다시 그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아주 청량한 미소였다. 그의 그 미소는.... 너무 청량해서 차가울 지경이었다.



"이은우 씨 혼자 집에 못 가요" 그가 다시 말했다. "나 의산데 못 믿어요?"



"아니 못 믿는 게 아니라..." 괜히 멋쩍어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그럼 그냥 타지? 여기 주차 금지 구역인데 견인되면 은우 씨가 책임질 거예요?"



"네?"



"그럴 거 아니면 그냥 타요" 그가 저벅저벅- 걸어가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나는 여전히도 당황스러움에 쭈뼛거리고 있었다.



"으아- 엄청 춥네" 그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봤다. "안 탈거에요?" 



나를 빤히 응시하는 눈빛에 이내 견딜 수가 없어진 나는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비틀리는 내 발걸음을 유심히도 바라보며 그는 웃었다.



"거봐- 그렇게 걸으면서 고집은"



*



안녕-



기억해?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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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작가님 나의 촉이 맞길바래요(찡긋)
8년 전
스몰
히힛♥
8년 전
독자3
헿♥ (구름)
8년 전
독자2
으아.........대작이다........문체가 너무 제타입이네여ㅠㅠㅠㅠㅠㅠㅠ으앙ㅠㅠㅠㅠㅠㅠ잘봤습니다♡
8년 전
스몰
히힛! 진짜진짜 고마워요! ♥♥
8년 전
독자4
진짜진짜 재밌어요!!
8년 전
스몰
감사합니다0ㅅ0 ♥
8년 전
비회원247.56
아 작가님...저 지금 너무 좋아서 벽 쾅쾅치고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어어 남은편들 아까워서 어떻게보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어ㅓㅇ어ㅓ어어엉세상에 이걸 이제야보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홍빈 이남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ㅏㅓ엉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스몰
흐어어어어엉 ㅠㅠ 0ㅅ0 고마워요 ♥
8년 전
독자5
주주비예요. 아주 익숙한 이야기네요. 이번엔 꼭 완결을 볼 수 있겠죠... 너무 궁금했었는데ㅠㅠ
8년 전
독자6
꼬이에요! 주말 시작인 금요일밤 정주행 시작해요!.!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당신을 믿어서는 안됐다고 하는 문장들이 또 0화가 뭔가 엄청난걸 품고있는것 가타요..! 뭔일이야 으누야..!
8년 전
독자7
뭐야 아 잠ㅋ만 이홍빈 ㄹㅇ 위험한 남자야 ㅏ이로;ㄴ몸;ㅑㅣㅓㅚㅑ도새ㅔ냐저대ㅑㅓ;ㅇㄴ머라ㅣㄴ;ㅓㅏ니;오ㅜㅏㅣㅇ;치ㅣ마ㅓㅣㄴㅁ;ㅕㅣ;ㄴ러ㅏ니
8년 전
독자8
헐헐 재밌게따 기대돼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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