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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가락 전체글ll조회 1889l 1
이 남자의 첫 인상은, 뭐랄까. 

 

 

 

모자란 남자. 

 

 

 

☆ 

 

 

 

새하얀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 삭막한 사감실에서 기다리면서도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는걸 보니 본디 성격이 밝은 것 같았다. 다니엘은 몇마디 대화만으로 눈앞의 남자의 머릿속이 꽃밭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앞으로 피곤해질 자신이 떠올라 아늑해졌지만, 사실 늘 매일 아침 해가 뜨고 달이 뜨고 할때마다 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저를 놀라게 하는 학생들 덕분에 그 감정은 익숙했다. 멍청하게 웃는 남자를 보며 절망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에네스를 호출 한 후 서류를 정리했다. 제법 마음이 잘맞는 동료직원이었던 에네스 카야는 자기 담당의 학생과 눈이 맞고 그만둔다며 사표 수리중에 있었다. 그것까지는 문제 없었다. 아쉬운건 아쉬운거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담은 격려나 한 두 번으로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하필 그 후임으로 들어온 남자가 맹해보인다는게 문제였다. 게다가 인수인계 기간동안에 그는 휴식다운 휴식도 가지지 못한 채일것이다. 

 

정리하던 서류의 어느 한 부분에서 손이 멎는다. 그건 서른 평생의 습관과 같은 일이다. 저와 같은 이름을 보면 멈춰버린 다는 것. 하..제기랄, 이 자식은 징벌방을 제 기숙사처럼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얼마전 특별관리대상이라 불리는 문제아는 사감 하나를 낚아챈 후, 징벌방에서 연애질까지 하고 있다. 

 

 

 

사실, 다니엘의 입장에서는 다니엘 스눅스의 학부모가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고 학교입장에서 강경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는 그 둘이 징벌방에서 신혼집을 차린다 한들 상관없었다. 실제로 사감인 그가 교화시키지 못한 학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에네스 사감은 그를, 음..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었으나 문제아의 반열에서는 빼냈다. 뭐, 그 교과서같은 사내가 분별없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소아성애자였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혹시 기다리면서 학생들 명단을 봐도 될까요?" 

 

 

 

억양 한 번..참.. 

 

 

 

마치 에네스 카야의 학생들인 어린 아이들과 대화하는 기분이다. 나이 어린 저학년이 매주 돌아오는 수요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사감님, 엄마에게 편지를 썼어요 하고 제게 가져오는걸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저런 이가 학생들을 보살필 수 있을까? 휘둘리는건 고사하고, 분란을 만드는게 아닐까. 학교측에선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이를 사감으로 한다고..겨우 20대의 청년이 아닌가. 그러는 저도, 20대 청년시절에 일을 시작했다지만, 최소한 저런 꽃 단 느낌은 아니었다. 

 

 

 

눈치를 살피는 남자를 스쳐 지나가 책장의 파일철을 챙겼다. 우습고 만만하게 볼테고, 친구먹으려고 설치거나, 혹은 에네스 사감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우려가 있는 고학년은 맡길 엄두도 안난다. 새하얀 얼굴을 거울속으로 훔쳐보며 다니엘은 생각했다. 언제쯤 나는 능구렁이 고학년들에게서 벗어난단 말인가. 앞으로 후임들이 저런식의 어른탈을 쓴 어린 아이라면, 일을 그만 두거나, 전근밖에 없을 것이다. 

 

 

 

저학년들의 명단 파일철을 골라 그의 앞에 쌓아두었다. 기대에 찬 얼굴이 내일 아침 식사시간에 무너질 생각을 하니 벌싸부터 머리가 아팠다. 몇개월이나 버틸까. 3개월 버티면 용하겠고, 6개월 버티면 성을 바꾼다. 

 

 

 

 

 

 

 

"저, 크흠. 저는 로빈 다이아나입니다." 

 

 

 

자리로 돌아가는 내 등뒤로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1달이라도 버텨줬으면 좋겠다. 

 

 

 

♤ 

 

 

 

용기를 내서 다시 한 번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뚝뚝한 시선뿐이었다. 전화로 내 선임을 부르던 억양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분명 독일 사람 일것이다. 그네 나라 빵만큼이나 딱딱한 성격인게 분명했다. 

 

 

 

사감실에 문을 두드렸을때, 문을 열어주고, 줄줄이 이어지는 자신의 설명을 손을 펼치는 단순한 동작 하나로 끊어내고는, 전화를 걸었다. 무례인지, 절도있는 동작인지 헷갈리는 상황이었다. 그는 커다란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었지만, 통화를 끝낸 직후부터 로빈에게 시선 한 톨 주지 않고 있었다. 

 

 

 

 

 

 

 

건네준 파일철을 읽어보는데, 11세 부터 13세의 아이들 목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70여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고 있는데,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유치원 교사를 하셨군요?" 

 

 

 

 

 

 

 

아, 읽던 서류가 내 이력서였구나? 아이들의 프로필에서 시선을 떼며 네! 하고 대답했다. 딱딱해보이는 인사였지만, 미우나 고우나 같이 일할 동료이다. 상대의 관심은 늘 친해지기 직전의 그린 라이트 였다. 사실 이력서보다, 다과에 홍차라도 하면서 내게 직접 물어봐주면 좋을텐데. 

 

 

 

 

 

"프랑스 파리에서 5세 아이들을.." 

 

 

 

가지가지하는구나. 다니엘은 팔랑 거리는 그의 이력서를 파일철에 돌려놓으며 생각했다. 요즘 학교사정이 어렵나? 데려올게 없어서 어린이집 교사를 사감으로 쓰라고 데려왔나. 

 

뭐, 대학입학사정관제도에 동요 외우기라도 들어갔나보지? 심술궃은 생각을 하며 다니엘은 생각을 정정했다. 에네스 카야가 짐싸고 떠나기전에, 저 어리숙한 작자말고 빠릿빠릿한 이를 구해야했다. 

 

 

 

♡ 

 

다니엘의 생각은 여실히 들어맞았다. 늘 부모님이 어르고 달래서 등원한 아이들의 꾸며진 모습만 보던 로빈으로서는 제 앞의 아이들의 야생에 가까운 모습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잠투정은 기본이고,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부터, 싸움박질에, 고래고래 터지는 소리에... 

 

 

 

 

 

 

 

"잠깐, 그만, 멈춰, 으악!" 

 

 

 

결국 자신의 구두위로 아이의 토사물을 받아내고야 만 그가 멍한 얼굴로 자신의 학생들을 바라봤다. 

 

글렀구만. 아예 글러먹었어. 다니엘이 아연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로빈을 보며 생각했다. 에네스 카야 사감의 후임의 등장으로 술렁이던 상급생들도 키득 거리며 로빈의 하는 양을 지켜봤다. 

 

 

 

 

 

 

 

저러다 아이들 앞에서 울기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다니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채 끝내지 못한 식사였으나, 사감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급생들의 식탁을 가로지르자, 수근거리던 목소리가 삽시간에 사그러든다. 에네스 사감이 담당하던 시절과는 딴판인 저학년들의 자리까지 내려가자, 식당은 적막에 찼다. 상급생들은 고개를 묻고 식사에 열중했고, 말썽을 피우던 저학년들은 그제야 눈치를 보며 조용히 앉았다. 

 

 

 

 

 

 

 

"사감실에서 징벌책을 가져오십시오." 

 

"네,네?" 

 

당황한 얼굴의 그가 곧 허둥지둥 제 자켓을 간신히 챙겨 식당을 빠져나갔다. 정말 당황했는지, 지급했던 곤봉이며, 수첩들이 테이블 위에 그대로 쌓여있었다. 벽에 붙어있던 휴지로 바닥의 토사물을 닦아낸 후, 식사가 끝난 상급생 한 명을 붙잡고 구토한 하급생을 맡겼다. 

 

 

 

 

 

 

 

"식사 재개." 

 

 

 

 

 

 

 

스푼과 그릇만 부딪히는 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고래고래 소리치던 아이도 사라진 채였다. 

 

다니엘은 저학년과 고학년 식당 사이에 서서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주시했다. 옆구리에는 멍청한 남자가 두고간 물건들이 챙겨져있었다. 곧, 식사시간이 끝났음을 확인한 다니엘이 식당문을 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는 그의 목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천천히, 맨 오른쪽 테이블부터 질서를 갖춰 일어선다." 

 

 

 

의자 끄는 소리가 대답하듯 이어졌다. 

 

 

 

"각자 기숙사로." 

 

 

 

조심스러운 걸음걸이가 이어진다. 그걸 냉막하게 지켜보던 다니엘은 지금쯤 사감실에서 짐이나 싸고 있지 않으면 다행일 로빈을 떠올렸다. 

 

다니엘이 샌드위치와 우유 한팩을 챙겼다. 식사도 제대로 못한 것을 염려한 식당 쉐프의 오지랖이었다. 실제로 허기짐을 느꼈던 다니엘이지만, 그 속에 들어간 토마토를 보고 먹을 생각이 달아났다. 아까 치운 토사물중 적나라했던 토마토가 생각난 탓이었다. 

 

 

 

 

 

 

 

사감실에 들어서자, 쇼파에 아직은 낯설은 검은 뒤통수가 보였다. 다가가니, 쇼파에 쭈그리고 앉은 모양새의 로빈이었다. 토사물이 묻은 구두를 벗은 채였지만 어째서인지 맨발이었다. 푸르게 돋아난 핏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죄송해요." 

 

 

 

 

 

팔에 얼굴을 묻으며 말을 하니, 다니엘은 그와 저가 사감대 사감이 아닌, 아이와 어른, 학생과 선생이라 생각됐다. 웅얼 거리는 말투. 숨겨지지 않는 억양. 늘어진 두 어깨. 상상이상으로 심각했다. 그러니까...이걸 사감으로 쓰라고 지금 뽑았단 말이지.. 

 

 

 

 

 

 

 

그래도 운건 아니어서 다행이라 해야할까? 

 

 

 

 

 

 

 

"실망하셨죠?" 

 

 

 

글쎄? 유치원 교사가 첫날부터 아이들을 상대로 "식사재개! 각자 위치로!"하기를 바란적은 없었다. 챙겨온 짐들을 탁자위에 올려놓자, 그가 몸을 움츠렸다. 하얀 발가락까지 오므라지는 걸 보니 괜히 나이 어린 학생을 트집잡아 괴롭히는 것 같아 불편했다. 

 

 

 

"저는, 저는 적성에 안맞나봐요.." 

 

 

 

곧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다니엘은 저학년 담당이 아니었고, 고학년들은 다니엘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얕잡아 보인다 생각해서인지, 눈물을 보인적이 손꼽았다. 그게 아니어도 사실 다 큰 청년의 눈물에 반응하기란 그의 감성으론 무리가 따랐다. 그러니까, 다니엘은 눈앞의 청년의 눈물이 당혹스러웠다. 

 

 

 

"누구에게나..음..적성은 있지요.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에게 기대한 건...그런게 아닌 것 같으니." 

 

 

 

하마터면 학생처럼 "선생님은 너를 믿는다."같은 말을 할 뻔했다. 하도 여려보여서. 학교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랑말랑한 남자를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남자는 2주 뒤에 이 기숙사를 떠날것이다. 

 

 

 

파묻었던 고개가 올라왔다. 

 

윽. 더럽다. 눈물범벅에 빨개진 눈에. 코까지 훌쩍인다. 적성에 안맞으면 그만두면 될일인데 이렇게까지 전투적으로 울 필요가 있나. 

 

 

 

지급용 손수건을 건냈다. 쇼파에 묻히지는 말고..사표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주면 좋겠다. 후임은 생기고 그만둬줬으면 한다. 그래도 없는거보다는.. 

 

 

 

"다, 다니엘씨는 참 친절하시군요." 

 

 

 

어쩌면..말랑말랑한게 아니라 모자란 걸 수도 있다. 

 

 

 

"히, 힘낼게요.." 

 

 

 

점점 가설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 

 

 

 

그래. 다니엘씨 말이 맞아. 어설픈 흉내에 아이들도 실망한게 분명해. 진정이 되고서야 어느새 순찰을 간 다니엘이 떠올랐다. 그래, 그를 따라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고민해서. 열심히. 

 

 

 

테이블위에 모자를 눌러쓰고서야 그 옆의 샌드위치를 그제야 발견했다. 우유까지. 세상에.. 

 

 

 

그네 나라 빵처럼 딱딱한 남자라고 뒤에서 흉보던 저가 부끄러울만큼 상냥한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서서 물 한잔 못 마신 그의 사정을 알고 식사까지 챙겨준 것이다. 이런 사람을 나는..! 

 

열심히 샌드위치를 먹어치우고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는 일할 시간이었다. 

 

그래. 하던대로 해보자. 

 

♧ 

 

이건 또 뭐야. 

 

 

 

하급생 애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미리 들어와있던 상급생들이 어설프게 서로 눈치를 본다. 다니엘은 조금 생소한 불어로 된 동요를 들으며 팔짱을 꼈다. 그 가운데는 단연 돋보이는 로빈이 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끝자락에야 도착한 다니엘 탓인지, 금새 노래는 끝이났다. 학예회? 뜬금없는 학예회 현장인가? 

 

 

 

"-자! 우리 다같이 힘들게 요리해준 요리사 아저씨들게 박수!" 

 

 

 

깔깔거리는 웃음과 함께 박수가 쏟아진다. 어설프게 따라하는 상급생들도 있다. 

 

 

 

-뭐야? 

 

 

 

"자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충실하게! 잘먹겠습니다!" 

 

 

 

-진짜 뭐야? 

 

 

 

♧ 

 

 

 

생각보다 남자는 금세 적응하는듯 했다. 쑥쓰러워하던 학생들도 금세 재잘재잘 그의 곁에 붙어있는다. 권위 뿐인 사감들을 대하던 하급생들에게는 단비같은 부드러운 사람이라 그랬다. 이따금 아이들은 로빈의 손을 잡고 걷는다. 저들끼리는 호모같다는둥, 마마보이같다는둥 쑥덕대면서 정작 이 남자에게는.. 

 

 

 

"다니엘씨, 술 한 잔 하실래요?" 

 

 

 

이 남자에게는 자유시간=숙면시간이라는 공식이 없는듯 했다. 한명은 여기서 있어야 한다는 말에 그는 풀이죽은 얼굴로 제방으로 돌아갔다. 젊구만. 술먹어도 다음날 지장없다는 점이. 진탕으로 술을 마신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린데만 사감님." 

 

 

 

엄마에게 편지를 썻어요, 하고 작은 체구의 아이가 편지를 내밀었다. 매주 돌아오는 수요일을 기다리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하는 실수였다. 사칙상 수요일에 다시 가져오라 말해야했지만, 사실 수요일에 보내나 하루 이틀 일찍 보내나 무슨 차이란 말인가. 

 

 

 

"그래. 확실히 받았다." 

 

 

 

후다닥, 달려가는 아이를 보고 달리지마라는 잔소리를 잊지않게 내뱉으며 그가 수첩에 구겨지지 않도록 잘 보관했다. 서류정리 하면서 우표를- 

 

 

 

"착해요." 

 

 

 

-뭐야? 

 

 

 

"진짜 좋은 사람이에여." 

 

 

 

-모자란게 틀림없다. 

 

 

 

♧ 

 

 

 

머릿속은 꽃밭. 어리고, 행동도 어리숙하고, 사감일에는 부적합하다. 기숙사의 사칙을 흐리고 다니는 물고기 한 마리리고나 할까.. 

 

 

 

"린데만 사감?" 

 

 

 

깐깐한 얼굴의 그가 되묻는데, 튀어나오는 말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학생들이 그에게 만족하는 이유는 그가 편해서다. 그는 다니엘 처럼 화를 내지 않고, 징벌방에 보내거나, 라틴어로 시암송을 시키지 않는다. 싸운 아이들에게는 손을 붙잡게 하고, 식사시간에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 식당으로 갈때 서로 손을 잡고 걷게 한다. 이건, 뭐랄까. 굉장히, 멍청한... 

 

 

 

어쨋든, 그러니까. 

 

 

 

일시적인 것이다. 권위없는 사감에게 그들은 기어오를 것이다. 금세 아이들에 휘말린 그가 쓰러질 모습이 눈에 훤하다. 

 

 

 

"...더 지켜보겠습니다." 

 

 

 

 

 

내가 어디가 아픈것 같다. 

 

 

 

♧ 

 

 

 

거봐라. 그럴줄 알았지. 상급생들에게 둘러쌓여 도를 넘은 질문을 받고 있는 로빈을 지켜봤다. 당장에라도 징벌방에 넣을것이지, 우물쭈물. 곤란한 기색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하. 그래, 많이 버텼지 이만하면...하는데, 그와 눈이 마주쳤다. 

 

 

 

도와주러 가기는 가는데..설마 매번 이렇게 도와줘야 하는건 아니겠지? 

 

 

 

"네명 모두 징벌-" 

 

 

 

사색이 된 상급생들을 지그시 노려보고있는데, 갑자기 이남자가 빽, 소리를 친다. 

 

 

 

"다니엘 사감님은 게이가 아냐!!" 

 

 

 

------뭐??? 

 

 

 

"-그, 그게...그러니까..." 

 

 

 

지금 이 다섯놈의 대화 주제가 나의 성적 취향이었단 말인가? 믿을수 없어 그를 노려보니 그가 입을 틀어막은 채로 변명을 하려 애쓰는게 눈에 보였다. 

 

 

 

"-다섯, 모두. 징벌방으로." 

 

 

 

로빈 다이아나. 당신도. 

 

 

 

♧ 

 

 

 

하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학교의 인간들이란 인간들은, 입 속에 혀가 있고 귀가 뚫린 존재란 존재는 전부 나를 게이로, 그것도 저 멍청한 남자와 엮고 있었다. 왜? 아니. 남자들만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니,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게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게- 

 

 

 

아까부터 내 눈치를 보느라 정신없는 그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그만둔다. 진짜로. 

 

 

 

 

 

☆ 

 

 

 

"어, 그, 그만 두신다고여?" 

 

 

 

너때문에 그만둔다. 너때문에. 어린 학생들 한명 한명 붙잡고 난 게이가 아니란다. 얘들아. 이러란 말인가? 남자 기숙사 사감이 게이란다. 그런 소문이 돌았다가는, 학교가 풍비박산이 날것이다. 

 

 

 

"어느 학교로 가시나여?" 

 

 

 

"아뇨. 학교로 갈생각은 없습니다." 

 

 

 

눈의 깜빡임 속도가 빨라진다. 로빈 사감은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손에 쥔 머그잔을 돌리는 형태가 정신사납다. 

 

 

 

"아이들이 보고 따라할 것 같은 습관은 하지마세요." 

 

 

 

"그럼, 그럼 어디로 가세요? 독일?" 

 

 

 

"음, 정해진건 없지만. 여행도 가고 싶군요." 

 

 

 

돈도 모아놨다. 외출도 제한적인 기숙사에 있고, 숙식제공에 모든 게 지급제인 이곳에서 자연스레 돈이 쓸곳이 없었고.. 

 

 

 

"어디여? 어디 가실거에요?" 

 

 

 

"뭐, 호주, 파푸아뉴기니, 중국, 이태리..어디든지.." 

 

 

 

"기..기다리면 안돼요?" 

 

 

 

...뭐를? 그는 머그잔을 내려놓고 안절부절한 얼굴로 왔다갔다했다. 끙끙 거리던 그가 갑자기 그를 돌아보더니 외친다. 

 

 

 

"2년만! 있다가 같이가여.." 

 

 

 

"내가 왜 당신이랑 같이 여행을 갑니까?" 

 

 

 

아차. 너무 직설적었다. 얼버무려야겠-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내 정신이 피폐하기는 한것 같다. 

 

 

 

 

 

♤ 

 

 

 

이게 뭐야. 

 

 

 

사귀는거 아니었어? 

 

 

 

로빈은 그날밤 아껴두던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압수물품중에 쌓여있던 싸구려 위스키도 두 병깠다. 아니, 잘해주긴 왜 잘해주나. 밥 굶으면 밥 챙겨주고. 늦잠자면 들어와서 깨워주고. 넥타이 잘못 맸다고 고쳐주고. 밥 같이 먹고. 밤새 야근하다 야식도 같이 먹고. 이거면 스킨쉽은 없어도, 어느정도 썸씽은 인정해야지. 그것도 단칼에 잘라? 제길. 한 명 더! 

 

 

 

그렇게 마시다가 마시다가 눈을 뜬 로빈은, 옆에서 저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고 있는 다니엘을 마주쳐야 했다. 

 

 

 

 

 

"어.." 

 

 

 

한글자 말했는데 울려오는 머리에 끙끙 앓았다. 여기가.. 

 

 

 

"아프시겠지." 

 

 

 

틱, 하고 날라오는 날카로운 말에 로빈이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했다. 여기는...여기는... 

 

 

 

"어제밤은 무슨 짓이었습니까?" 

 

 

 

...구조가 똑같은... 

 

 

 

 

 

다니엘 린데만의 방이었다... 

 

 

 

♤♡☆♧ 

 

다니엘이 로빈에 대한 평가가 박한거...내 본심은 아니야....음...ㅎ...11살 로빈이 점핑했네...아...독다랑 이어주고 싶엇어..ㅡ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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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제임스랑 이어지는 로빈이 보고 싶었는데ㅠㅠ
그래도 글 잘 읽었어~항상 좋은 글 고마워♥

9년 전
독자2
헐.. 완전 조와...♡ 좋은글고마워진짜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할 세상에 독다로빈 진짜 짱좋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정 사랑해 슼해가서 두고두고 볼게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7.125
우와... 기숙사 시리즈 너무 잘 보고 있어ㅠㅠㅠㅠㅠ!1 아 근데 진짜 이번 편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분위기도 위트도 너무 이쁘고 좋다 진짜로 쓰니 사랑해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아진짜재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딱딱한독다라니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너므좋아ㅜㅜㅜㅜㅠㅠ줄로랑에니엘뒤도더보고싶ㄱ고 독다로빈뒤도더보고싶른데 아..... 미칭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6
헐 ㅋㅋㅋㅋㅋㅋ 사감들이라니 발린다.....와ㅜㅜ 이거너무좋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다녤 ㅜㅠ
9년 전
독자7
ㅋㅋㅋㅋㅋㅋ로빈 미안해. 다니엘의 평가가 칼 같은 건 좀 너무했지만, 나도 일정정도 동의를 하고 있었.... ㅋㅋㅋ 그나저나 뒷편 더 써줘요ㅠㅠ
9년 전
독자8
좋다ㅠㅠㅠㅠㅠ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더써줘으아유ㅠㅍㅍㅍㅍㅍ퓨ㅠㅠㅠㅠ독다ㅜㅜㅠㅠ로비뮤ㅠㅠㅠㅠ
9년 전
독자10
ㅜㅜㅜㅠㅠㅠㅠㅠㅠㅡㅜㅜ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ㅠ뒷편이시급해ㅠㅠㅠㅠ
9년 전
독자11
이거 뒷편 어디갔어요...?(손이 떨리며)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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