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잘한다. 내 새끼. 재밌어?'
'아쿠! 아이구~ 재채기 했어요?'
"기다려 봐~ 엄마가 닦아줄게요~"
은은한 파스텔 색의 벽지. 깔끔하게 정리된 가구들과, 많이 보이지 않는 장식품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손수건을 찾아 아이의 입을 닦아주는 여자와 많이 닮아있었다.
가지런하게 하나로 묶은 검은 생머리, 아이에게 해가 될까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여자의 모든 곳에서 사라진 악세사리들.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여자지만, 혹여나 아이가 다칠까, 잘못 가지고 놀다 큰일이 생길까 하는 걱정에 아끼던 모든 것들을 상자에 담아 치워두었다.
이제 겨우 8개월이 된 어린 아이와, 엄마라는 이름을 지기에는 누가 봐도 어린 티가 나는 여자. 그리고 비어있는 한 자리.
아이가 품에서 잠이 들고, 여자는 TV를 켜 밀려오는 외로움과 적막감을 쫓아냈다. 물론, 아이 때문에 볼륨을 최대한으로 낮춰 들릴듯 말듯한 소리였지만.
채널을 돌리다 리모콘이 멈춘 곳은 음악방송. 화려한 조명과, 예쁘고 멋진 무대.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의 노력을 보여주는 가수들.
여자는 리모콘을 내려두고 음악방송을 시청했다. 여느 소녀처럼 '우와- 저 여자 몸매 짱이다' '요즘 아이돌은 진짜 다 잘생겼어' '기럭지 봐' 하고 중얼거리면서.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보고 있었을까 타 아이돌 두 그룹을 합쳐놓은만큼의 멤버 수를 가진 남자아이돌 그룹이 나왔다.
순간, 여자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더니 편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고쳐 앉더니 눈빛도 뭔가가 담긴 눈빛으로 변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관람했다.
"참 반짝반짝 빛나지 않니?"
"그래 이게 맞는거지. 저게 꿈이고 목표인 사람인데"
"이제 겨우 한 발 내딛은 사람인데. 내가 잘 한거지"
"엄마가 욕심 부렸으면 큰일 날뻔 했네"
"너네 아빠. 진짜 행복해 보인다."
"아, 그렇다고 엄마가 안 행복한 거 아니야. 알지?"
"난 너만 있으면 돼"